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08.17)

조회 수 1932 추천 수 0 2014.08.16 19:01:00

     “가난한 자를 위한 교회”를 외치며 266대 교황에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 그를 가리켜 천주교 2천년 역사 가운데 가장 탁월한 교황 중 한 사람, 교황이 되기 전과 후의 모습이 꼭 같은 한결같은 성직자, 진정한 사제, 등등 그를 향한 찬사와 칭송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취임 후에는 가난한자와 노숙인들, 전쟁고아와 장애인들, 중병을 앓거나 소외된 이들을 초대하거나 찾아가서 함께 하고 발을 씻어주고, 입을 맞추고 하면서 약자의 교황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행보를 보여 왔습니다. 거기다가 마피아와 전쟁을 선포하고 악과 맞서는 모습도 함께 보여 주어 두려움 없이 의를 좇는 용기 있는 교황으로도 박수갈채를 받고 있습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가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에 머무는 약 100시간 동안 그는 정치인이나 경제인은 일절 만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세월호 희생자 유족, 장애인들,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 순교자 묘역, 음성 꽃동네 등, 소위 낮은 자들이 있는 곳을 찾아 가서 그들을 만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위로하는 행보를 보였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서는, 다른 약자들을 위해서는, 북한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언급을 할까 하고 온 대한민국이 귀를 곤두세우는 가운데, 화해, 평화, 약자를 위한 돌봄을 강조했습니다. 마치 그가 한마디 하면 모든 문제가 풀리기라도 하는 듯이, 소외되고 힘든 분들이 일시에 위로를 받고 모든 것 다 회복될 듯이 기대하고 바라보는 상황이 연일 연출되었던 것입니다. 과연 그의 영향력이 크기는 크구나 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의 그런 영향력이 부럽기도 하고, 시샘이 나고 질투가 느껴지기도 했고 그것과 함께 우리 개신교회에는 그런 영향력이 있는 인사가 없는 것에 대한 속상함과 아쉬움이 크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동시에 찜찜하고 불쾌한 마음도 내내 가시지 않았습니다. 교황에 대한 불쾌감은 아닙니다. 다만 그가 만나는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억울한 우리 이웃들, 그들을 왜 우리는 안아주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그들의 억울함과 답답함을 풀어주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을 하지 못하는가? 그 일을 왜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가? 우리 동포이며 내 이웃인데,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국가라는데, 5,60%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과 국민의 지지를 받아 선거 때마다 압승을 거두는 다수 의석의 힘센 여당도 있는데,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대국이 됐다는데 왜 우리는 그런 이들을 위해 해 줄게 없고, 생면부지의 교황이 와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 준다 그들의 억울함을 위로한다 하고 야단이어야 하는가? 왜 우리는 그의 손에 우리 동포를 맡겨야 하는가? 이게 속상함과 불쾌함과 찜찜함의 이유입니다.
     말과 표정과 손짓으로, 종교 의식으로 위로하고 눈물 닦아주던 그는 돌아갔고 이제 우리만 남았습니다. 여전히 울고 답답해하고 억울해 하는 우리 이웃도 여기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입니다.

-김종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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